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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알고리즘 피로감이란 무엇인가? — 넘치는 추천 속에서 느끼는 무력감
추천 시스템이 편리함을 주는 시대입니다.
오늘은 ‘알고리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5가지 실험 유튜브, 넷플릭스, SNS… 알고리즘의 추천 없이 살아보기에 대해서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유튜브에서는 내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넷플릭스는 오늘 밤 보기 딱 좋은 드라마를, 인스타그램은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띄워줍니다. 문제는 그 편리함이 어느 순간부터 '과잉 소비’와 ‘자율성 상실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정말 내가 보고 싶은 것을 선택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알고리즘이 추천한 것을 무심코 소비하고 있는 걸까요?
이러한 물음에서 시작해 저는 최근 ‘알고리즘 피로감에서 벗어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인스타그램 등 주요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을 끄거나 무시하고, 내가 직접 콘텐츠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콘텐츠 소비 습관을 바꾸어보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다음 세 가지 소제목을 중심으로 그 실험의 과정과 효과를 상세히 정리해보았습니다.
끊임없는 제안, 끊임없는 소진
알고리즘 피로감(Algorithm Fatigue)은 AI 기반 추천 시스템이 제공하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콘텐츠 노출에 의해 사용자들이 느끼는 피로 현상을 말합니다. 처음엔 신기하고 편리하게 느껴지던 추천 콘텐츠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정신적 과부하와 피로, 결정 회피, 심지어 소외감까지 불러오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끊임없이 올라오는 ‘너를 위한 영상’이 오히려 스크롤 중독을 유발하거나,
넷플릭스에서 몇 시간 동안 무엇을 볼지 고민만 하다 결국 포기하게 되는 선택 피로가 대표적입니다.
인스타그램 리스는 처음엔 유익해 보여도, 어느새 집중력 저하와 불안감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나의 콘텐츠 소비, 정말 ‘내 선택’일까?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과거 행동 패턴, 시청 시간, 클릭 이력, 좋아요/댓글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가장 소비할 확률이 높은’ 콘텐츠를 추천합니다.
이로 인해 의식적 선택 없이도 계속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결정감’을 잃고,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 구조’에 이끌리며,
진짜 보고 싶은 것보다 ‘눈에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알고리즘 끄기 실험 — 직접 선택만으로 콘텐츠 소비해본 5가지 방법
알고리즘 피로감을 느끼던 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5가지 실험을 계획했습니다. 목표는 간단합니다. 추천 없이 내가 직접 선택하는 콘텐츠만 소비하자는 것. 실험 기간은 2주, 실천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① 유튜브 기록 삭제 + 홈화면 초기화
유튜브는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을 작동시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시청 기록과 검색 기록을 모두 삭제하고,
홈화면에 보이는 추천 콘텐츠도 없애는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했습니다.
실험 결과:
홈 화면이 텅 비니까 되려 뭘 봐야 할지 막막했지만,
‘보고 싶은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었고,
이전보다 영상 시청 시간이 60% 이상 줄었습니다.
② 넷플릭스 프로필 새로 만들기
넷플릭스 역시 이전 시청 이력을 기반으로 추천 콘텐츠를 제공합니다.
그래서 아예 새로운 프로필을 만들고, 추천이 아닌 장르별 탐색 기능을 통해만 영화를 골랐습니다.
실험 결과:
취향이 아닌 콘텐츠가 많아 처음엔 낯설었지만,
오히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영화 하나를 고르는 시간이 짧아졌습니다.
③ 인스타그램 ‘팔로잉 전용’ 보기 + 리스탐색 탭 차단
인스타그램에서는 ‘팔로우한 계정의 콘텐츠만 보기’ 기능을 활용했고,
탐색 탭은 앱 사용 제한 기능을 통해 아예 사용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콘텐츠 소비량이 급감했고,
비교감정과 FOMO(놓칠까 봐 불안한 감정)가 현저히 줄었습니다.
피드를 ‘내가 선택한 사람들’로만 좁히니 마음이 한결 평온해졌습니다.
④ 음악 추천 서비스 대신 ‘내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스포티파이와 멜론의 자동 추천 기능을 끄고,
예전부터 좋아하던 음악이나 아티스트 위주로 플레이리스트를 직접 구성해 재생했습니다.
실험 결과:
한 곡 한 곡이 더 소중하게 들렸고,
배경음이 아닌 ‘경험의 음악’으로 감상이 바뀌었습니다.
수동적 감상에서 능동적 감상으로 전환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⑤ 뉴스앱 알고리즘 차단 + 직접 뉴스 큐레이션
네이버·카카오 뉴스의 개인화 추천 기능을 모두 끄고,
‘주제별 구독’ 기능을 통해 스스로 뉴스 범위를 설정해보았습니다.
실험 결과:
가십성 기사나 연예 뉴스는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뉴스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가 더 깊어졌습니다.
자기 주도적 정보 소비가 훨씬 유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실험 후 변화 — 콘텐츠 소비의 ‘자율성’을 되찾다
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변화는 ‘자기 결정감의 회복’입니다.
알고리즘에 기대지 않고 내가 무엇을 보고, 들으며, 읽을지를 직접 선택하는 경험은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삶의 주도권을 다시 찾는 기분을 들게 했습니다.
콘텐츠 수는 줄었지만, 만족도는 높아졌다
알고리즘 기반 추천은 ‘많이 보게’는 해주지만, ‘잘 보게’ 해주지는 않습니다.
실험을 통해 소비한 콘텐츠의 수는 줄었지만, 하나하나에 들인 몰입도와 만족도는 훨씬 높아졌습니다.
“더 많이 본 하루보다, 더 잘 본 하루가 남는다.”
이 말의 의미를 실험을 통해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피로가 줄고, 시간 감각이 또렷해졌다
추천 콘텐츠에 무심코 빠져 시간을 잃는 경우가 줄었습니다.
특히 SNS나 영상 플랫폼 사용 시간이 줄어든 만큼 휴식의 질과 집중력이 향상되었고, 머릿속이 이전보다 훨씬 가볍고 정리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플랫폼에서 ‘도구로서의 거리’를 유지하는 감각
알고리즘을 전면적으로 끄는 것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이 실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플랫폼과 건강한 거리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이제는 콘텐츠 소비 전마다 한번 더 생각합니다.
“이건 내가 진짜 원한 건가?”라는 질문을.
마치며 — 알고리즘을 끄는 순간, 선택이 다시 나에게 돌아온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무언가를 선택하지 않아도 편리하게 안내해줍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의 대가는 점점 더 ‘선택의 감각’을 잃는다는 점입니다.
이번 실험은 단순한 기술 사용 습관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 주도적인 삶의 방식에 대한 실험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플랫폼에서 알고리즘을 끌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추천을 거부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 선택의 경험이 쌓일수록, 우리는 더 나은 콘텐츠를, 더 나은 삶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